신상 모티브, 인터넷 '밈' 현상에서 찾아
소비자 향수 자극하는 레트로 컨셉도 꾸준
식품기업들이 소비 과정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펀슈머'(Fun+Consumer)를 잡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패션기업과 협업해 자사 브랜드를 캐릭터화한 티셔츠를 만들고, 최신 유행에 따른 패키지 디자인을 선보이며 펀슈머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실용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제품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인싸템'으로 통하며 나오는 즉시 완판되고 있다. 식품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반응과 인터넷 놀이 문화에 주목하며, 소비자들과 어떻게든 가까워지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의 시대, 오락은 식품기업에 필수 교양이 됐다.
◇ '힙(hip)하면 통한다'…세련되거나 재밌거나
꽃게랑이 아니라 '꼬뜨게랑', 너구리가 아니라 'RtA', 비빔면이 아니라 '네넴띤'. 인터넷 상에서 통하는 '키치 문화'가 식품업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농심(004370)은 올 초 너구리 매운맛을 출시하면서 '앵그리 RTA' 라는 제품명으로 출시했다. RTA는 너구리 표기를 뒤집으면 보이는 글자 형태다. 인터넷 상에서 MZ세대들이 너구리를 RTA로 애칭처럼 부르는데서 착안해 붙인 이름이다. 팔도도 일반 비빔면에 크림 소스를 더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면서 '네넴띤' 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비빔면' 이라는 글자와 닮은 꼴로 한글 파괴로 보일 수 있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밈'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너구리처럼 패션브랜드와 협업해 캐릭터 상품을 내놓은 것은 처음은 아니다. 오뚜기는 시스템옴므와 함께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선보였고, 진로도 무신사와 협업해 '두꺼비 후드티' 등 다양한 캐릭터 패션을 선보였다.
빙그레(005180)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 과자 꽃게랑에서 모티브를 얻어 '꼬뜨게랑'이라는 패션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전까지는 패션 기업과 협업해 브랜드 정체성을 살린 아이템을 만들었지만, 이번엔 식품기업이 아예 패션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물론 정규 상품이 아닌 한정판으로 '이벤트 성격'이 짙지만, 식품기업으로선 새로운 도전일 수밖에 없다.
◇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레트로) 트렌드
지난해부터 시작된 복고 마케팅도 활발하다. 식품기업들의 복고 마케팅은 과거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현재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게 재해석해 기성세대들에겐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젊은 세대에겐 신선한 재미를 준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이트진로(000080)의 '진로이즈백'이다. '두꺼비' 소주로 통했던 진로 소주를 레트로 디자인으로 재해석해 내놓은 '진로이즈백'은 지난해 4월 출시하자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출시 당시 목표했던 연간 판매량을 두 달만에 달성했을 정도였다. 지난 5월엔 출시 13개월만에 누적 판매량 3억병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는 국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진로이즈백'을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도 수출하기 시작했다.
서울우유도 창립 83주년을 기념해 물방울 디자인으로 익숙한 '레트로팩' 1000ml 제품을 최근 선보였다. 파스퇴르와 서울우유는 두 복고판 제품의 가격도 10년 전으로 인하했다. 파스퇴르의 후레시우유는 2600원, 서울우유 레트로팩은 1930원에 판매 중이다.
동아오츠카도 지난 5월 레트로 감성을 반영해 오란씨 포장에 변화를 줬다. 무려 40년 전의 라벨과 색상을 입혔다. 최근엔 포카리스웨트 구매 고객에게 90년대 '국민 물병'으로 통했던 포카리스웨트 물병을 증정품으로 제공하는 판촉 행사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재미를 줄 수 있는 제품이나,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품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새로운 시도나 복고 컨셉의 제품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July 12, 2020 at 01:49PM
https://ift.tt/3288dKj
펀슈머를 잡아라…패션과 복고에 빠진 식품기업 - 조선비즈
https://ift.tt/2ArCEj8
0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