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맛, 우주최강 불닭맛, 고소한 맛, 핵불맛자반 김.
‘지도표 성경김’으로 알려진 성경식품이 최근 내놓은 신제품 ‘몬스터김’ 시리즈다. 성경식품은 보수적인 식품업계, 특히 조미김 위주 시장에서 얼얼하게 매운 마라맛 김, 화끈하게 매운 불닭맛 김 등으로 차별화하며 단숨에 소셜미디어(SNS)상에서 화제가 됐다. 일부 네티즌이 네 가지 맛 정복기를 올린 후 여기에 도전하겠다는 후기도 잇따라 올라오는 등 맛과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 덕에 몬스터김 시리즈 매출이 급성장하는 데다 성경김 고객군이 한결 젊어지는 등 저변도 확대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성경식품은 1994년 대전에서 설립됐다. ‘이룰 성(成)’에 ‘서울 경(京)’을 결합해 ‘김의 수도(首都)’가 되겠다는 기치 아래 이름이 지어졌다. 겉 포장에 대한민국 지도가 그려져 있는 김으로 유명하다. 2017년 어펄마캐피탈에 인수된 후 다양한 시도로 한층 젊은 감각을 뽐내는 분위기다. 덕분에 회사 실적도 우상향곡선을 그린다. 지난해 성경식품 매출액은 654억원, 영업이익 132억원으로 식품업계에서 이례적으로 영업이익률이 20%를 넘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껑충 뛴다. 매출액 775억원에 영업이익은 160억원을 기대한다.
회사 관계자는 “상반기에만 매출액 약 370억원, 영업이익 약 70억원을 기록했고 하반기 수출이 늘면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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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이례적 영업이익률
▷원초(마른 김) 균질관리로 원가율 낮춰
성경식품이 식품업계에서 이례적인 영업이익률을 올린 비결은 뭘까.
흔히 기업이 매출을 늘리려면 판로를 확대하고, 영업이익을 같이 끌어올리려면 원가를 낮춰야 한다. 성경식품의 높은 이익률 공식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단 생산 과정을 꾸준히 개선하면서 원가율을 낮췄다. 성경식품이 특히 주목한 건 원료 손실률(로스율) 최소화다.
김은 최종 제품으로 나오기까지 김 한 장, 한 장이 균일해야 상품성을 인정받는다. 이를 위해서는 원초(마른 김)부터 균질한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또 생산 과정에서 변질 혹은 변형되지 않도록 온도, 속도 등 생산 환경도 최적화해야 한다. 성경식품은 지난 4년간 이런 원료 조달, 생산 환경 개선, 스마트공장 설비 도입 등으로 생산성은 높이고 원가율을 낮추는 데 집중했다.
박주동 구루파트너스 대표(해양과학기술원 국책과제 심사위원, 박사)는 “공정 개선 비결은 마른 김을 구매하는 과정에 있다. 일단 검수 과정이 3단계에 달할 정도로 까다롭게 설정했다. 마른 김을 만드는 물김 단계의 품질 검증, 마른 김 공장별 장단점에 따른 물량 배분, 여러 단계로 진행되는 검수 과정 등이 그것이다. 이 부분이 왜 중요하냐면 마른 김은 작황, 수온, 파도, 생산자의 조건 등에 따라 매번 편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를 관리하지 못하면 손실률이 그만큼 커진다. 이는 원가에 직결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수치화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점이 다른 회사와 차별화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이런 생산 과정 개선으로 지난해 로스율을 2018년 대비 19% 줄였다. 더불어 공장 자동화에도 투자, 종전 대비 10% 이상 생산량을 늘렸다.
생산 품목도 확대했다. 소비자 선택의 폭을 늘리면 추가 매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 앞서 소개한 몬스터김 시리즈를 비롯, 헬로카봇과 같은 어린이 콘텐츠와 협업한 제품, 개그맨 김준호와 협업한 ‘김준호랑이김’과 같은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성경식품 김준호랑이김은 개그맨 김준호가 김 판매를 통해 대박 나는 꿈을 꾼 후 예지몽이라는 생각에 성경식품에 직접 연락, 상품화하는 과정을 계속 SNS에 노출하며 실제 제품 출시까지 이어져 화제가 된 제품이다. 11번가에서 먹방 라이브를 하는 등 새로운 고객 유입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더불어 성경식품 특유의 유통 전략도 먹혀들었다. 적정가 전략을 유지한 것은 기본이다. 성경식품 관계자는 “중소기업 브랜드지만 김 업계에서 최고를 지향해왔다. 그래서 최고 원재료를 기반으로 가격도 저가 정책 대신 적정가로 책정하고 그 부분을 고객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런 가격 정책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성경식품만의 유통 채널을 확고하게 차별화한 점이 컸다. 여타 업체와 달리 성경식품은 ‘지도표 성경김’ 제품만 파는 전국 200여 총판, 대리점을 보유하고 있다. 오랜 기간 인연을 유지하는 대리점주는 본사와 신뢰가 두터워 적정가를 유지해주는 지지대 역할을 해줬다.
▶추가 성장동력은
▷미국 홀푸드마켓 진출 ‘청신호’
성경식품은 향후 수출, 온라인 판매에 큰 기대를 건다. 2017년 기준 성경식품의 매출에서 수출 비중은 0.8%에 불과했다. 온라인 판매 비중도 3.7% 정도였다. 회사 측은 올해는 극적으로 수치가 바뀔 것이라 자신한다.
지난 2년간 북미, 동남아시아, 유럽 지역의 해외 고객사 개척에 주력했다. 그 결과 올해 미국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트레이더조(Trader Joe`s)’ 등 대형 식료품 체인에 입점, 매출을 발생시키기 시작했다. 성경식품 관계자는 “해외 매출 비중이 올해 말 14.7%까지 늘 것으로 예상한다. 3년 전 대비 4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등 추가 판매 채널도 확장하고 있다. 종전 거래처 외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홈쇼핑, 특판 등으로 늘려나갈 계획. 특히 온라인몰 판매에 집중, 매출 비중을 올해 말 7.7%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신제품, 새 브랜드 출시도 계속된다. 1인 가구,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 등을 겨냥해 만든 서브 브랜드 ‘안주공방’ ‘간식공방’은 시장에 안착하는 분위기다. 직화로 구운 어포에 김을 붙여 간식이나 안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김어포’는 단숨에 히트상품이 됐다. 그 밖에 지역 특산물 기반의 김(의성마늘김, 무안양파김), 식자재용 대용량 김, 김밥 김, 유기농 김, 스낵류 등 다양한 제품을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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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은 없을까
▷내수 비중 지나치게 높아
성경식품은 그나마 코로나19 때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했다. ‘집콕족’ 덕에 주요 반찬 중 하나인 김 수요가 덩달아 늘어났기 때문. 하지만 향후 국내 인구수가 정체되고 소비심리도 악화된다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사업이라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여전히 내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해외 시장 개척에 좀 더 힘을 보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성경식품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물류 등의 이슈로 코로나19가 절정인 시기에는 다소 경색이 있었지만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정상 수준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신규 고객 유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비대면 상황이 많아지고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신규 고객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김을 먹는 패턴과 계층 확대를 위해 계속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8호 (2020.07.22~07.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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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5, 2020 at 09:56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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