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의 재발견 [2부] 위기는 기회 (4)식품 원료 ‘국산화’ 절실
외국산 의존도 높은 업체들 각국 수출 제한에 수급 차질
소비자도 먹거리 안전성 중시 가격보다 국산 원료 선호 추세
식품 원료용 농산물 생산 위해 전용 재배단지 조성 서둘러야
소비자에 국산 원료 가치 홍보 가공 적합 품목·품종 육성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식탁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 각국의 수출 제한으로 국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서 농식품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서다. 특히 외국산 농식품 의존도가 높은 식품업체들은 ‘이러다 망하겠다’며 큰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식품 원료 국산화에 박차를 가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료 공급 불안에 국산 농산물 인기=3월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식품산업계 애로사항을 정부에 건의했다. 식품가공에 사용되는 수입 농산물 수급이 차질을 빚자 정부에 대책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국내 식품업체가 생산하는 제품에서 수입 농산물의 원료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외국산 농산물의 수입이 막히면 식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원료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심화하자 일부 식품업체들은 원료 국산화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면 원가가 높아지기는 하나, 원료 조달이 안정적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소비자들의 국산 농산물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원료 국산화를 선택한 요인이 됐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농식품을 구매할 때 원산지를 꼼꼼히 살피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올해 1~5월 국산 농산물 100%로 만든 <농협 100> 가공식품들의 매출이 급증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가정소비용 식재료인 두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7%, 콩나물은 23.5% 신장했다. 아이들에게 인기 높은 과일칩·감말랭이 등 원물간식의 매출은 무려 44.5%나 증가했다.
홍왕표 농협식품 팀장은 “국산 농산물로 만든 식품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아 소비층이 한정적이었는데 안전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판매가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육가공품에 사용되는 국산 돼지고기의 비중도 늘어났다. 한국육가공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20% 수준이던 육가공품 원료육의 국산 비중이 최근 50%까지 높아졌다. 원료육으로 쓰이는 돼지고기 냉동 앞다리의 수입량이 감소한 데다 가격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한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식품 원료 ‘전용’ 농산물 만들어야=판은 깔렸다. 국산 농산물이 요즘처럼 식품 원료로 크게 주목받는 건 쉽게 맞닥뜨리기 어려운 절호의 기회다. 반짝인기에 그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장기적으로 식품 원료의 국산 농산물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식품업체들이 국산 농산물 사용을 주저하는 것은 외국산보다 높은 가격, 공급 불안정, 가공적성 부적합 등이 대표적인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식품 원료용 농산물 생산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식품기업들이 원하는 수준의 식품 원료 전용 재배단지를 만들면 식품업체에 공급하는 가격을 다소 낮추고 안정적인 공급체계의 구축도 가능할 것이란 주장이 많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국산 농산물로 만든 식품에 대한 가치를 적극 홍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외국산보다 다소 비싸더라도 충분히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힌다면 국산 농산물로 만든 식품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어서다.
최준봉 수원대학교 호텔관광대학원장은 “소비자들이 가격보다 식품 안전에 더 신경 쓰는 지금이 기회”라면서 “소비자들이 식품 원재료가 국산인지 아닌지 따지기 시작하면 식품업체들은 자연스레 국산 원료 사용을 늘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식품 원료로 활용하기 좋은 품목과 품종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방안도 대책으로 거론된다. 농산물은 품목·품종에 따라 ‘가공적합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쌀 가공식품이라도 가공밥과 쌀국수에 적합한 쌀 품종이 다르다. 가공밥을 만들 때는 밥알의 경도가 높은 쌀 품종이 적합하다. 데우거나 해동하는 과정에서 밥알의 형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해서다. 반면 쌀국수에는 아밀로스 함량이 적어 덜 끈적이는 쌀 품종이 최적이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기술연구는 민간이 하기 어려운 부분인 만큼 정부가 나서 가공적합성이 높은 품종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슬기 기자 sgyoon@nongmin.com
June 28, 2020 at 10: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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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의 재발견④] 식품업체, 우리농산물에 주목…“원재료 국산화 적기” -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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